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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소담달

by 까맛수 202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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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그 아름다움

 


지난주 목요일에 경기도 이천의 한 카페를 다녀왔습니다. 창원 집으로 내려오기 전 잠시 밖에 들를 수 없었지만 그렇게라도 꼭 찾아가야만 하는, 아니 찾아가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천에 위치한 카페 <소담달> 

 

 


      
너무 예쁘죠? 사실 주변 경관이 너무 구 시가지의 허름한 골목이어서 카페가 아깝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바다 마을 남해의 한적한 길가에 있으면 딱 어울릴 것 같은 그런 고즈넉한 카페였달까요.

 

사실 이 카페는 12년 전이던가요 저에게 보컬 레슨을 받으러 경기도 이천에서 서울 신당동까지 먼 걸음을 하던 귀여운 여학생이 동생과 함께 운영하는 카페입니다. 세월이 참 빠릅니다. 벌써 12년이 흘렀다니요… 세월의 야속함 속에서도 참으로 감사한 사실은 우리가 아직까지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사이로 남아 있다는 것이죠. 레슨을 그만두고 나서는 겨우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두어 번 만난 것이 전부였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우리는 지금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걸까요?

 

진심, 올바른 관계의 시작

 


이 친구가 레슨을 그만두고도 몇 년이 훌쩍 지나서 한 번은 연락이 왔습니다. ‘쌤~ 잘 지내셨어요?’ 너무나 반가운 연락이었죠. 레슨을 받던 시절에도 얼마나 좋은 학생이었는지 모릅니다. 사실 용건이 있었습니다. 학교 과제 때문에 어떤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저에게 출연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요? 당연히 흔쾌히 응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랑하는 제자에게 그게 어려운 일인가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을 우습게 보는 경우를 흔히 보곤 합니다.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몇 년 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꼭 도움 필요할 때 연락하더라. 재수 없어.’ 그런데 그럼 그쪽은 연락을 했나요? 잘 지내는지, 학교는 어떻게 다니고 있는지, 어려운 일은 없는지 연락해서 안부를 물어본 적이 있나요? 이렇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설사 있었다 하더라도 누가 연락을 했고 안 했고의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저 사람이 나에게 진심으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나를 우습게 보아서 나에게 부탁했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안타깝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이 그 일을 도와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부탁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적어도 그날 통화에서 진심으로 부탁하는 아이의 진심을 알았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저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죠.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당신의 삶을 응원합니다

 

 

카페 소담달


그 촬영이 있던 날로부터 아마도 7~8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을 겁니다. 중간중간 드문드문 연락은 주고받았지만 얼굴을 못 본지는 꽤 오래되었죠. 작년 여름쯤이던가요. 이 친구와 또 함께 레슨을 받았었고 지금도 둘이 절친인 다른 레슨 생 녀석과 셋이 밥을 먹었습니다. 셋이 완전체로 만나는 건 13년 만이었죠. 정말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밥을 같이 먹고 차를 마시면서 많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제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나중에 쌤한테 저 보험 상담받을래요!!’라고 말해줍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요. 사실 보험설계사는 어디에서나 그렇게 환영받는 사람은 아닙니다. 사람들은 영업을 당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거라 생각도 됩니다. 그래서 보험설계사 직업을 가진 후에는 어쩌면 인간관계를 더욱 조심해서 한 면도 없지 않지요. 아무튼 저는 그 말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왜냐고요? 진심이 느껴졌으니까요. 그 아이는 그저 그런 말로 이야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농담처럼 할 말도 아니죠. 많은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았던 순간이었습니다. 나를 응원해주는 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한 녀석은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고 한 녀석은 예쁜 카페의 사장님이 되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앞둔 녀석은 시간이 없어서 얼굴도 못 보지만 다른 한 녀석의 카페에 축하를 해주러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 아닐까요? 진심의 응원을 마음에 품고서 말입니다. 

 

계산하지 않는 삶, 그 기쁨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티라미수 + 정

 

 


저는 겉치레나 형식을 갖추는 것에 좀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놓을 자리도 부족한 작은 카페에 꽃을 사 가기보단 좀 더 실용적인 것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돈이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티라미수를 하나 시키고 5만 원짜리 지폐를 건넸습니다. 그리곤 말했습니다. ‘거스름 돈은 됐습니다.’ 저 조금 멋있는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주문하지 않은 케이크를 하나 더 담아서 예쁘게 가지고 왔습니다. 너무 맛있어 보이죠? 그리고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커피와 케이크는 맛있는지 어떤지, 가게 인테리어는 어떤지 등 말입니다. 그리고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잔 더 주고 집에 갈 때 차에서 운전하며 마시라며 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또 주었습니다. 카페인 풍년입니다 ㅎㅎㅎ 
그런데 뭔가 훈훈하지 않나요? 제가 만약 주문한 가격만 계산했다면 이렇게 훈훈하고 아름다움 무한 공급(?) 이 가능했을까요? 물론 착한 제 제자는 그랬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관계의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계산되지 않은 아름다운 마음으로부터 먼저 시작됩니다. 그 마음이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고 그것을 보고 배우는 사람들이 생기고 주변은 더욱더 아름다워지죠. 그래서 간혹 늑대의 탈을 쓰고 그런 척하며 사람들에게 결국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밉습니다.

 

인연, 그 아름다움

카페 소담달


당신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인연을 맺길 원하나요? 살아보니 인생이 길지가 않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느끼고 있나요? 그렇다면 더욱이 이 짧은 인생을 아름다운 인연들과 살아가길 원할 겁니다. 

 

그렇다면 기억하세요.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해야 한다는 걸요. 진심으로 시작하지 않는다면 곧 들통나고 말 겁니다. 그리고 당신도 상처를 받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의 삶을 응원해 주세요. 그럼 그 사람도 당신의 삶을 응원해 줄 겁니다. 당신이 힘들 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줄 거예요. 그리고 계산하지 마세요. 기대를 뛰어넘을 때 사람은 감동합니다. 계산은 인간의 당연한 이치 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을 넘어설 때 당신은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친구를 간직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삶에 더 아름다운 인연들이 넘쳐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카페 <소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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